금주의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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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WARDOUTWARD 묵상 – 정치적 인간과 평화 2025.08.10 11:40:16

작성자박성중 조회수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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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인간과 평화



로마 제국의 Pax Romana는 세계사에서 가장 오래 지속된 ‘평화’로 종종 언급됩니다. 그러나 그 평화는 시민의 합의와 정의 위에 세워진 것이 아니라, 로마의 군사력과 패권에 의존한 강제적 질서였습니다. 내전이 멈추고 도로망과 상업이 번성했지만, 그 속에는 제국이 정복한 민족들의 억눌린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  B.C.E. 384-322)는 인간을 ‘정치적 동물(ζῷον πολιτικόν, zōon politikon)’이라 정의합니다. 그리고 그의 책 『정치학』에서 정치는 공동선을 위한 것이며, 평화를 이를 위한 상태라고 합니다. 그에게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시민이 공동선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정치 공동체의 결과였습니다. 그러므로 정의와 덕이 결여된 질서는 결코 바람직한 평화가 될 수 없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지향해야 할 평화는 세 가지 요소를 포함해야 합니다.

하나는 정의입니다. 불평등과 억압을 해소하고 모든 시민이 권리를 누리는 상태입니다. 두 번째는 참여입니다. 시민이 정치 과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해 공동선을 형성하는 구조입니다. 세 번째는 화해입니다. 과거의 상처와 분열을 넘어 서로를 받아들이는 마음입니다.

이런 평화는 계약이나 힘만으로 유지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정치적 인간이 덕과 이성을 발휘하여 공공 영역에서 서로를 존중하고, 공동체 전체의 선을 위해 힘쓸 때만 가능합니다.


성서는 이러한 평화를 ‘샬롬(shalom)’이라 부르며, 단순한 전쟁 부재를 넘어 하나님의 정의와 화해가 실현된 온전한 상태로 묘사합니다.

“평화를 이루는 사람은 복이 있다. 하나님이 그들을 자기의 4)자녀라고 부르실 것이다.”(마태복음 5:9)오늘의 평화는 강제적 질서가 아니라,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공동선, 그리고 성서가 말하는 샬롬이 함께 어우러진,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평화여야 합니다. 그리고 이 샬롬을 우리 삶의 작은 자리에서도 이루어야 합니다.